스타트업 행정 실무 부담 덜어준 ZUZU

업체는 무료 서비스에 매년 적자 행진 중

서현빈 실습기자

ZUZU 제품 디자이너 이지훈

내가 학생 창업을 한 건 8년 전이었다. 가지고 있는 건 노트북 한 대뿐이었지만, 동료 개발자들과 함께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야망이 있었다. 하지만 내 노트북은 사업 첫걸음부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고작 등기부등본 한 장을 발급받기 위해 온갖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했으니까. 이때 깨달았다.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려면 컴퓨터 한 대는 보안 프로그램 용으로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안 프로그램 전용 노트북'을 하나 마련했다. 이 노트북이 곁에 없으면 서류를 직접 발급받으러 법원으로, 구청으로 찾아갔다. 그렇게 노트북을 두 대씩 메고 다닌 지 몇 년, 우연히 ZUZU(주주)를 발견했다. (주)코드박스에서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정부에서 이용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보안 프로그램 하나 없이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소개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2021년 5월은 내 허리 통증 해방의 날이 되었다. 혹여나 노트북을 들고 나오지 않았어도 괜찮았다. 스마트폰으로도 터치 몇 번만 하면 등기부등본이 발급됐으니까. ZUZU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폰만 가지고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하나씩 늘려갔다. 당시엔 등기와 같은 사법 서비스만 제공했는데, 이젠 주주 관리부터 투자 유치까지 언제 어디서나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되다 보니 신기능이 나오면 제일 먼저 써보는 '얼리 어답터'를 자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대답하고 반영해 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이지훈 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ZUZU가 아이디어였을 때 입사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 팀을 이끌고 있다.

기업에 필요한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디자인한 이지훈 씨
기업에 필요한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디자인한 이지훈 씨

ZUZU 잘 쓰고 있다.

고객이 된 지 벌써 3년이 넘었더라. 그때만 해도 법인 등기만 도와주는 서비스였는데, 이제는 법인 설립부터 투자 유치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급여, 주식, 투자, 스톡옵션, 등기 등을 관리하는 전문 직원을 두어야만 하는데, ZUZU가 일손을 덜어줄 수 있어서 보람차다. 회사의 여러 상태를 한 곳에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허브(hub) 역할도 한다.

법무사, 세무사 없이도 등기를 할 수 있었다.

법인이 참 어렵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어 새로운 사무실을 구했어도 끝난 게 아니다. 이사회를 열고, 회의한 내용을 공증받고, 이걸 법원에 등기해야만 한다.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정관도 변경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를 14일 이내에 마쳐야만 한다. 자칫 실수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문 지식 없어도 질문을 하나씩 답하면 필요한 절차와 그 부속서류를 안내해 주는 게 ZUZU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주소지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건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걸 바탕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 관련 서류들을 바로 만든다. 회의 소집부터, 내용이 담긴 의사록까지 전부 다. 정말 알리고, 열고, 도장을 찍어서 제출하면 모든 게 끝난다.

맞다, 필요한 서류를 클릭 한 번으로 만들어 주더라. 이게 어떻게 가능하나?

회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본질적으론 법무법인이랑 다를 바가 없다. 법무법인도 제출받은 서류를 바탕으로 회사를 파악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해 전달하는 거 아닌가? 차이점이 있다면 ZUZU에선 이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작성해 회신하는 걸 기다릴 필요 없이, 그냥 안건을 선택하면 필요한 서류들만 추려서 만들어준다.

대외비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 보안상 문제는 없는가?

대외비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상장 주주명부이다. 그 비율은 국가도 알아낼 수 없는 민감 사항이다. 이러한 정보를 남의 서비스에, 남의 서버에 올려둬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ZUZU 도입을 보류한 분들이 많았다. 다행히 올해 8월에 한국인터넷진흥원 ISMS 인증을 받아서 고민을 덜었다. 이러한 인증을 요구하는 고객 분들께 당당해졌다.

법적인 서류들을 이렇게 자동으로 만들어지게 해 놔도 되나? 문제가 발생하면 어떡하나?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 일단 법이 바뀔 때마다 검토해 바로바로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서류 구비와 같은 준비 과정만 자동화해 놓은 것이지, 실제 업무는 전문가들이 처리한다. 급여는 급여 전문가가 처리하고, 법무는 법무법인에서 진행하는 식이다. 그래서 사람이 검토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안전장치로 들어있다. 심지어 법무는 아예 관여할 수 없다. 법무법인 담당자만 확인하고 답변할 수 있다. ZUZU 측에서는 그 어떠한 연락도 할 수 없다. 법이 그렇다.

그럼 수수료 장사를 하는 것인가? 숙박 예약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시스템 상에도 "ZUZU는 어떠한 수수료도 취하지 않아요."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것도 법을 지키느라 그렇다. 심지어 법무법인 관련 결제는 ZUZU를 거치지 조차 않는다. 고객사와 법무법인이 직접 카드 결제를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는 건 아니다. 법무법인으로부터 소액의 플랫폼 이용료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픈마켓이나 숙박 예약 플랫폼에 비하면 남는 게 없다고 봐야 한다. 거기는 거래된 금액의 10% 정도가 수익으로 잡히니까. 그래서 남는 게 없어서 늘 고민이다. 2022년에는 30억, 2023년에는 21억의 손실을 냈다.

무료 요금제를 사용하는 나 같은 소비자가 많아서 힘들겠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무료 요금제를 없애는 걸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제공하던 무료 기능을 줄이지 않기로 결단했다. 당장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고객에게 선보이는 거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