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은퇴…프로게이머가 사는 법
‘캡틴 잭’ 강형우, 게임 방송과 분석가로 활동
홍노아 실습기자

강형우, 그는 이름보다는 ‘캡틴잭’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져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이하 롤) 전 프로게이머인 그는 국내대회인 LCK의 초대 우승자 출신이다.
그는 화려한 플레이로 인기를 끌었고, 롤 초창기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93년생. 31세로 보통 사람들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인 그이지만, 프로게이머에선 은퇴자다. 은퇴한 지 벌써 6년이나 됐다.
LCK는 단순한 게임 리그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중 하나다. 뛰어난 실력의 프로게이머들은 높은 대우를 받으며 화려한 명성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 직업은 나이의 한계를 피할 수는 없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은퇴시기는 약 26세. 비록 LCK의 대표적인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처럼 오랜 경력을 유지하는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대를 전역할 무렵에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짧게 활동하고 빠르게 은퇴하는 프로선수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은퇴 프로게이며 강형우 씨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 모습 대신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는 현재 LCK 분석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개인 방송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혔다.은퇴 후 코치, 해설 등 다양한 활동에 도전했던 스토리도 들려주었다.
롤 분야의 스타였는데 그 게임은 언제 시작했는가
2011년에 시작했다. 당시 롤과 비슷한 카오스라는 게임을 즐겼는데, 롤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한국에 서비스되기 전, 북미에서 게임이 서비스되던 초창기에 시작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게임을 즐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수가 높아졌고,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게 되었다. 게임이 점차 유명해지던 시기에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프로팀의 제안이 들어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게 되었다.
당시에 제안이 왔던 팀이 LCK 초대 우승을 했던 팀인가
그렇다. 당시에 MIG라는 곳에서 10명의 선수를 모집해 블레이즈와 프로스트라는 2개의 팀을 운영했고, 제가 뽑혀 활동하게 된 팀은 블레이즈 팀이었다.
처음부터 우승했다니 대단하다
당시 소속팀이 압도적으로 강해서 우승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기쁘긴 했지만, 우승하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당시 어른들이 초반 성공을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우승을 하다보니 기고만장했고, 그랬던 게 스스로도 그렇고 팀 성장에도 해가 됐다고 느낀다.
그 후 13년도까지 활동을 하다 팀을 옮긴 것으로 안다
패배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찾게 되었고, 우리 팀에 후보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나에게 게임차례가 잘 돌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주전 자리를 보장받으며 주도적으로 게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진에어라는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 건 맞지만 아주 높은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주전으로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적을 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은퇴를 결심한 건 언제인가
5년 동안 게이머 생활을 하며 실력 저하와 동기 부족을 느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서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어쨌든 실력 저하가 가장 큰 이유였다.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은퇴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포티비라는 채널에서 해설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해설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설이란 직업은 적성에 잘 맞았나
프로게이머 관련 직업을 모두 해보고 싶었기에, 해설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했었다. 게임 지식은 많기에 해설의 퀄리티는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휘 선택, 발성 등 해설의 능력은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원도 다녔지만 호평을 받지 못해 1년 정도 하다가 코치를 했다.
코치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다. 앞서 말했듯, 무엇이든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코치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지식을 아는 것과 그걸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또한 직접 게임을 하지 않다 보니 만족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개인방송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고, 내 게임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방송을 시작했다.
개인방송도 해보고 싶었던 프로게이머 관련 직업 중 하나였는가
그렇다.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니 미디어나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었고 방송에도 관심이 많이 갔다. 그래서 개인방송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방송은 만족도가 높은 편인가
개인방송은 꽤 만족스럽다. 다만, 방송에도 어려움이 있다.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 수준의 역량이 필요하다. 방송을 시작하면 바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개인방송 외에 LCK 분석위원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LCK 방송 개편 과정에서 게임과 게임 사이, 해설자들의 준비 시간 등을 채울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분석 위원이다. 이 요청이 내게 들어온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분석 위원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분석 위원은 게임 내 핵심적인 플레이나 선수들이 선택한 캐릭터 등을 분석하며, 허를 찌르는 유효한 전략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깊이 있는 분석을 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두리뭉실할 수밖에 없지만, 쉽게 말하면 게임의 중요한 포인트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자리이다.
분석할 때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게이머의 심리다. 시청자들이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프로게이머의 세밀한 게임 방식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분석 위원은 선수들의 개인 화면을 통해 디테일한 부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특별한 전략이나 플레이를 방송에서 해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가 경기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이런 플레이를 하더라도 게임에서 진다면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코치도 그렇고 분석위원도 그렇고 은퇴 후에도 꾸준히 게임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 같다. 은퇴 후에는 어떤 식으로 게임을 공부하는가
코치나 분석 데스크에서는 경기를 많이 본다. 프로게이머 시절보다는 게임의 판수가 줄어들지만, 그만큼 변화하는 게임의 흐름에 더 집중하게 된다. 게임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선수나 팀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지에 포커스를 둔다. 코치의 경우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놓치기 쉬운 디테일한 점을 캐치하고, 이를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롤에 관련된 직업들을 계속 하고 있는데, 롤이라는 게임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롤의 대체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약 나온다고 해도, 롤이 쌓아온 역사와 커리어를 고려할 때 10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롤을 대체할 게임이 등장한다면, PC 게임보다는 모바일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PC에 익숙하지만, 요즘 세대는 핸드폰에 더 친숙하므로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일단은 PC 분야에서 롤을 뛰어넘는 PVP 팀 게임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롤이 망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e스포츠에서 시청자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롤을 접하는 유저 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고,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대체재가 없는 것도 확실하다.
앞으로도 계속 게임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요즘 젊은층이 롤을 떠난다고 하지만, 이들이 옮겨갈 만한 게임은 발로란트라고 본다. 발로란트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발로란트를 만든 개발사가 롤을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이다. 롤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그 안에서 내 일거리도 있을 거라도 생각한다.